월말에는 찬물이 고인다/김덕진
시간 밖으로 나가고 싶을 때가 있다
욕실에 매달린 거울이
진실만을 담아 반사하는 것 같지만 현기증 나는 모순이
혁명처럼 피어오를 때 마음의 열쇠구멍으로
차가운 통증이 스며든다
화살표를 매단 시간의 방향은 언제나 그림자마저
윤곽이 뚜렷하다
존재하는 고유명사의 전유물인 직선궤도의 시간이
푸석한 꿈의 좌표가 흔들리는
월말의 경계선으로 나를 밀어 넣는다
수직으로 각을 세운 괘종시계가
시간을 부수는 타종을 달콤한 휴식처럼 울릴 때
직선위에서 목발 짚고 서있는
내 생의 틀의 부품이 하나씩 부식되어가는 소리를 듣는다
동맥이 막힌 월말이 비틀거린다
드물게는 뇌에서 엎질러진 짠물이 고여 반쪽이 마비된
월말도 있었다
땅바닥에서 떨어지지 않는 의족 같은 발을 끌고
막힌 자금의 혈관을 임시로 뚫긴 했으나
남은 것은 빈 지갑 속에 순서 없이 접혀있는
아내의 무언의 눈빛뿐
썰물이 되어 빠져 나간 거래처의 대금결제 뒤에
얼음물이 소용돌이 친다
매 월말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시선에서 도망쳐 침묵하는
벽의 등을 쓰다듬는다
수증기를 입은 욕실의 거울이 마침내 진실만을 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