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얼굴

김덕진요셉 2012. 4. 17. 22:07

 

                      두 얼굴/김덕진

 

 

공용주차장의 차들이

햇살의 열기를 담으며 졸고 있었다

차와 차사이의 좁은 공간하나가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사선으로 눈에 박혔다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때

오른쪽에 주차된 차량의 뒤 범퍼를

할퀴며 흔들었다

둔탁한 울림에도 빈차는 침묵만 삼켰다

나는 주위를 흠처 보다가 실내 후사경안에 들어있는

낮 익은 두 얼굴과 마주쳤다

그들은 피 흘리는 싸움보다 더 격렬하게

무혈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양심의 숨결에 체해 비틀거리는 이와

양심을 털어내고 애써 무표정을 만들려는 사람 

 

나의 얼굴이었다 

 

얼른 상대차량의 앞 유리에 달라붙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심었다

열한 개의 숫자를 누른 힘은

언제 끝날지도 모를 고뇌의 늪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후사경에 감긴 묵주가 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데칼코마니  (0) 2012.04.30
옛 집터에 가면  (0) 2012.04.18
사월에 부는 바람  (0) 2012.04.03
그루터기  (0) 2012.03.31
프린터의 독백  (0) 201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