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얼굴/김덕진
공용주차장의 차들이
햇살의 열기를 담으며 졸고 있었다
차와 차사이의 좁은 공간하나가
여름날 시원한 소나기처럼 사선으로 눈에 박혔다
공간의 틈새를 비집고 들어갈 때
오른쪽에 주차된 차량의 뒤 범퍼를
할퀴며 흔들었다
둔탁한 울림에도 빈차는 침묵만 삼켰다
나는 주위를 흠처 보다가 실내 후사경안에 들어있는
낮 익은 두 얼굴과 마주쳤다
그들은 피 흘리는 싸움보다 더 격렬하게
무혈투쟁을 벌이고 있었다
양심의 숨결에 체해 비틀거리는 이와
양심을 털어내고 애써 무표정을 만들려는 사람
나의 얼굴이었다
얼른 상대차량의 앞 유리에 달라붙은
전화번호를 휴대폰에 심었다
열한 개의 숫자를 누른 힘은
언제 끝날지도 모를 고뇌의 늪에서 해방시켜 주었다
후사경에 감긴 묵주가 환하게 바라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