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로 그리는 그림/김덕진
나는 내 우주의 유성사이를
은하수처럼 흐르며
지울 수 없는 흔적을 각인하는 비릿한 물이다
가시달린 소리를 물에 담그어
뿌리를 내리게 하였고
크기를 가늠할 수 없는 내생의 캔버스에
수직으로 기댄
투명한 물과 탁한 물 그림자를 침윤시키기 시작했다
반쯤 펼쳐진 황토 빛 두루마리 캔버스가
줄줄이 흘러내리는 시간을 덮고
윤곽이 허물어진 흑백 꿈의 언덕위에 널렸다
물로 그린 하루하루의 마무리는 경계가 없는
투명한 점이되었다
엎질러진 과거의 틈새에서 새나온
퍼즐 같은 빈칸으로 마른 목소리가 고였다
지금은 아무도 볼 수 없는 그림의 무게
난 아직 완성되지 않은
내생의 캔버스에 몸을 말고 덧칠이 불가능한 그림을
그리고 있는 중이다.
마침표를 찍어 넣는 날
그림의 무게가 하늘을 향해 기울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