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라미 속 네모/김덕진
허공을 닫은 사각의 틀 속에
누군가 완성해 놓은 자유가 자족하게
고여 있다
별빛 사라진 어둠속에서
가슴에 남은 마지막 호흡을 닫고 영혼의 허름한 옷을
흙의 여백에 심었을 동그라미 위로
박꽃 같은 바람이 엎드린다
희망의 포기에 색채를 입히려고
빈 껍질로 서야했던
낯설지 않은 풍경화들의 진한 목마름이
꿈 마른 잡초위에서 흘러내린다
둥근 뱃속에서 나와 사각의 틀로 들어가야 하는
성스러운 생의 귀향 살이
완성된 자유를
마지막으로 체험하기위해 누구나 통과해야 할
동그라미 속 네모의 문 쪽으로 각자 발자국을 흘리며
걸어가고 있다
한발자국 가까워진 내 문의 명패가 희미하게
고개를 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