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의 날개/김덕진
해가 정오를 다림질 한다
모든 사물에서 흘러내린 그림자의 면적이
다림질되어 흩어진 흔적을 지우고
중심으로 모여드는 시간이다
괘종시계 같은 한낮의 단조로움이 드문드문 부스러진다
트랙터바퀴자국에 고인
흙탕물로 목욕한 까치의 울음소리가
허공에 징검다리 되어 박힌다
마당에 널린 콩꼬투리
햇살에 눌려 터지는 소리는 내 머리 속에
새로운 날개를 달아준다
봄부터 하얀 어둠속에서
천둥소리를 들으며 전율하던 꿈이 터지는 순간이다
생명의 이음새에 존재하는 하루하루의 시간은
화병속의 환한 웃음이고
각자가 남겨야 할 흔적의 서명이며
우리를 갈라놓는 이별이다
영원한 화두인 불안한 순수의 시간이
갈개를 날리며 달린다
누구의 전유물도 아닌 우리 모두를 태운 공동의 배
해에 붙잡혔던 그림자들이 반대편으로 풀려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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