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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발자국

김덕진요셉 2013. 3. 6. 15:11

                 여명의 발자국/김덕진

    

태양이 멱 감기 전

서쪽하늘을 쟁기질하여 붉게 갈아엎던 소리는

핏기 없는 달에 심지를 박고

불을 붙이는 소리였다

영원의 문지방에 닿을 수 없는 지상의 시간이 한 눈금

잘려나갈 때마다 지구는 스스로

한 바퀴씩 돌았다

매일 흘러내린 밤의 형용사는 뜨거운 언어로

발효된 바다가 되었고

넋을 빠트릴 것 같은 언어의 체기는

달궈진 바다의 명치끝에 매달렸다

물 밖에서 펄떡이는 물고기의 아가미 같은

밤의 숨결이 새벽을 부풀렸다

 

순수한 새벽의 붉은 그림자배후로 어둠이 증발하며

경계가 흩어진 여명의 그물을 엮는다

아침노을을 낳기 위해 낮선 지명에서

밤 새워 멱 감은 태양

젖은 몸을 말리기 위해 동그랗게 등을 말고 핏줄 터진

새벽을 뜸 들인다

심지를 모두 태운 달이 퇴근을 서두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