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김덕진요셉 2011. 3. 31. 09:22

                 거미줄


                                    김덕진


바닥에 고인 물거울을 보았다

누군가 바람을 딛고 서서

허공에 집을 짓고 있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

물속에 들어있다

그는 몸에 달린 여러 개의 다리로

둥근 집의 각을 세우며 몸 밖으로

끈적이는 회색 내장을 뽑아낸다

미래에서 불어온 뭉뚝한 바람이 물거울을

헹구어낼 때 하나의 영상이 잘게

조각난 거울마다 달라붙듯

그의 얼굴이 물위에 흩어져 밀려다닌다

맷방석 같은 원안의 사각 틀에 걸쳐 놓은

모순된 욕망의 사변에

큰 뿔이 자라고 부식된 손금에 마른 과거가

모로 눕는다

꿈의 난간에서 헛딛었던 목발의 아픔이

마음의 모서리를 찔렀다


그는 매일 몸에서 명주실 같은 내장을 뽑아

거미집을 지었으나

물의 꼬리조차 잡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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