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줄
김덕진
바닥에 고인 물거울을 보았다
누군가 바람을 딛고 서서
허공에 집을 짓고 있는 낯설지 않은 얼굴이
물속에 들어있다
그는 몸에 달린 여러 개의 다리로
둥근 집의 각을 세우며 몸 밖으로
끈적이는 회색 내장을 뽑아낸다
미래에서 불어온 뭉뚝한 바람이 물거울을
헹구어낼 때 하나의 영상이 잘게
조각난 거울마다 달라붙듯
그의 얼굴이 물위에 흩어져 밀려다닌다
맷방석 같은 원안의 사각 틀에 걸쳐 놓은
모순된 욕망의 사변에
큰 뿔이 자라고 부식된 손금에 마른 과거가
모로 눕는다
꿈의 난간에서 헛딛었던 목발의 아픔이
마음의 모서리를 찔렀다
그는 매일 몸에서 명주실 같은 내장을 뽑아
거미집을 지었으나
물의 꼬리조차 잡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