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끝물
김덕진요셉
2011. 7. 2. 08:30
끝물/김덕진
서쪽하늘을 헹구던 석양이
산등성을 태우며 길게 늘어뜨려 놓았던 그림자를
모두 떼어 거둬들인다
소형 화물트럭의 짐칸에 웅크린 하루의 끝물들이
확성기에서 미끄러져 나온 생존의 시로 덧칠된 채 휑한
골목마다 끌려 다니며 시선을 동냥한다
이따금씩 각도가 밋밋한 낡은 시선들이
끝물을 뜯어보다가 굴욕의 저녁 숲만 더욱 울창하게
키우고 사라진다
마지막까지 선택받지 못한 끝물의 굴욕에
꽃이 피기 시작한다
끝물이 이처럼 아름다울 수 있는 것은
비록 누군가의 손에 들려 따뜻한 펄스를 느끼지 못했지만
받은 시선만으로 만족하고
함께 있던 누군가가 먼저 떠날 수 있도록 뒤에서
끝까지 남아줬기 때문이다
질투가 없는 진흙으로 돌아갈 끝물들이
꿈자리를 깔고 있다
서쪽 하늘을 헹구고 뿌려놓은 물빛이 빛 속에서 태어난
물고기의 숨결처럼 끝물에 떨어진다
바람에 매달린 내 생의 일몰은 어떤 색깔을 입을지 몹시
궁금해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