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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아래

김덕진요셉 2011. 8. 4. 18:54

 

                          바람아래/김덕진

 

 

거품에 밀려 굴러다니던 모래알이

집하나 세우고 두꺼운 법문을 비춰줄 등불처럼 태양을

끌어당겨 불을 붙인다

수만 볼트의 전압이 살갗을 터트리고 나가듯

동공을 파고든 빛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가

뇌 속의 검은 바다에 붉은 용암처럼 모여 한순간에

정수리에서 분출한다

피가 흐르던 혈관은

아득한 고대의 짭짤한 바닷물을 기억하며

미로의 동굴이 되고 비움을 위한 허기진 목마름은

정화된 나의 흩어진 그림자를 찾는다

꾹꾹 눌러쓴 생각이 지워진, 내 고대의 바다에 희미한 흔적을

남겼지만 새로 채워 놓을 몫이 있어 빗자국 같은

동그란 씨앗을 심는다

바닷물에 무수히 뿌려놓은 지문을 밀고 다니던 바람이

노을을 짙게 묻히고 수직으로 서서

엷은 날개를 입는다

바람아래 바다는 짙푸른 느낌표 한 조각 띄우고 수많은

물결의 음표를 길어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