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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에 가라앉은 섬
김덕진요셉
2010. 12. 8. 14:34
도시에 가라앉은 섬
김덕진
누더기를 덧대 기워놓은
구겨진 시멘트바닥 골목에서 살찐 고양이가
바닥에 떨어진 햇살을 끊어 먹는다
오래전에 고장 난 시계처럼
먼지 쌓인 시간이 우중충한 색깔로 멈춘 곳
미로의 골목마다 웅크린 가스통의 탯줄이
낮은 판자지붕 밑으로 뱀처럼 파고들어
궁색한 입으로 연결되었다가 언제 끊어졌는지
입안에는 냉기가 걸려있다
맨 처음 어디서 뗏목을 타고 거친 조류에
표류하다가 이 외딴 섬으로 밀려왔는지
서러움의 눈물로 발등을 적신
섬사람들끼리는 아무도 서로 묻지 않는다
이따금씩 들리는 천식환자의 회색 기침소리가
낮은 지붕을 밟고 서있는
타워팰리스의 부의 무게에 주눅 들어
바닥에 나동그라진다
거대 도시속의 외딴 섬은 핏기 없는 시간이
차갑게 박제된 관람객 없는 박물관이다
고층아파트의 디지털 냄새에 포위된 아날로그
섬이 가난을 덮은 채 땅바닥에 배를 깔고
안 올지도 모를 가느다란 봄을 끌어당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