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테나

김덕진요셉 2011. 8. 31. 14:32

                        안테나/김덕진


거미줄 보다 촘촘하게 짜여진

침묵의 언어들이

지구 곳곳에 피로 그려놓은 국경을 넘나들며

투명한 발자국을 하늘에 찍는다

파라볼라 안테나에 포획된, 이름 붙지 않은

이야기의 씨앗들이

익숙한 저녁의 액자 틀 속에 파종되어 싹을 틔우고

녹다 만 잔설 같은 그리움의 갈증 한줌이

가난한 이주 노동자의 눈에 고인다

하늘에 찍힌 알 수 없는 숱한 언어의 주파수

변조(變調)된 음의 윤곽이

노을처럼 안테나에 기대어 어둠을 후빈다

낯선 도시의 변두리 골목에

모로 누운 이주 노동자의 꿈이 도마 위에서

양파처럼 썰리는 저녁

지붕위에 걸터앉은 위성 안테나는

하늘을 틀어잡은 해바라기가 되어 주파수의 향기를

끌어 모은다

주파수의 그물망에 지구가 걸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