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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상에 가라앉은 나뭇잎

김덕진요셉 2011. 9. 19. 16:32

             침상에 가라앉은 나뭇잎/김덕진


이따금씩 옅은

하늘색 제복 여인의 발꿈치에서 뭉거져 나온

슬리퍼 소리에 정적이 밟힌다

가느다란 호흡이 꽉 들어찬 사각의 틀 속에서

허공을 움켜잡고 매달린 호스들

순간순간을 스캔하여 과거로 쏟아 붓는 시간의 초침에

한 눈금씩 썰려나가

푸석한 침상에 옹이가 되어 박힌다

혈관의 흔적이 희미하게 지워진 채

침상 깊숙이 가라앉은 마른 나뭇잎들의 눈동자

피붙이의 덩그런 무관심이 고여

외로운 무인도 보다 더 고독한 물이랑을 낳는다

꽃은 열매가 되고 아침은 저녁이 된

요양병원 중환자실의 마른 나뭇잎

다시는 오지 않을 지난 가을처럼 깃털이 빠진

여정의 모서리에서

퇴색된 색깔이 털리고 고단했던 지난 꿈의 언저리에는

노을 진 하늘이 걸려있다

삶의 퇴적물에 사이에서 풍화되어 끝이 말린

숨소리를 미리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