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방이 물고 갈 물고기
김덕진요셉
2011. 10. 12. 13:33
나방이 물고 갈 물고기/김덕진
물고기의 냄새를 맡고 휴일아침부터
각지에서 날아든 나방들이
산화된 구리빛깔을 담고 있는 냇가에 띄엄띄엄 줄지어
허름한 집을 지었다
퇴적물이 쌓여 벌로 변한 바닥에서 방울져 솟아오른 기포에
비릿한 물의 한숨이 들어있다
녹슨 구리거울 같은 수면 아래의 어두운 세계와
수면위에 떠있는 밝은 세상과의 이원론적 경계면에서
물속에 구겨진 시간을 담근 나방들이
과거를 훌쩍 뛰어 넘은 물고기의 지느러미 소리를 모은다
팽팽하게 늘어뜨린 욕망의 소실점이 물고기의 입에 닿으면
촉수에 투영된 끈으로
금전에 등을 기댄 수식(數式)을 대입하여 끌어올린다
물속에 지문을 찍고 밖으로 나온 물고기는 왜 물이 오랫동안
한숨을 쉬고 있는지
비록 초단위로 나눠지는 과거와 현재일 지라도
그 괴리의 폭이 얼마나 넓은지 알지 못한다
하늘에 걸린 낮달에 불을 들어오기 전에 나방은 물가에
지은 집을 허물을 것이다
밤의 문장이 하늘에 펼쳐지기 전에
잡은 물고기를 입에 물고 날아 왔던 길로 되돌아 갈 것이다
물고기의 행선지가 궁금해진다
물의 한숨소리를 먹고 자란 물고기를
누군가 즙을 내서 먹고 더 큰 한숨을 쉬게 될지도 모를 일,
보신원의 문은 늘 열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