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새벽이 없는 자장가
김덕진요셉
2011. 11. 13. 07:58
새벽이 없는 자장가/김덕진
마른 억새 잎에 떨어진 햇살이
사각사각 썰리는 곁에서
누군가 내다버린 스피커 두개가 바닥에 엎드려
땅이 품은 소리를 모으고 있다
생성과 소멸을 반복한 언어의 옷을
전율하는 몸짓으로 세상에 널고
수많은 가슴속에 소리의 지문을 찍었을 그들이
지금은 땅을 읽고 있는 중이다
낯모르는 이를 위하여 소통의 다리가 되어주는 일은
나무가되어 품속에 동그라미를 그리는 것
봉합되지 않은 생명의 공간에서
풍선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꺼지는 몸을 떨며
동그라미를 쏟아내던 기억너머의 호흡으로
작은 이야기를 덜어낸다
허전한 검불 속에서 땅의 소리를 모은 스피커가
어떤 글을 읽었는지 헤아릴 수 없지만
텅 빈 사각의 모퉁이부터
마지막 성찰의 시간을 촘촘히 메운 것만은 분명하다
그들은 나보다 조금 앞서 어머니가 불러주시는
자장가를 읽은 것이다
새벽이 오지 않는 자궁속의 자장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