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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반주 변주곡

김덕진요셉 2011. 11. 21. 19:29

                          무반주 변주곡/김덕진

 

우리 집 거실에 저수지가 있다

달팽이들이 저수지의 수면을 다림질해놓았다

수초가 배설한 꽃은

아무런 냄새도 묻히지 않고 매달려있다

새벽이 부스러지자

수초의 가랑이사이에 길을 내던 구피들이 내 그림자를 읽고

아침을 물어뜯는다

 

불의 혓바닥이 핥아서 빚어낸

투박한 자배기속의 세상

거기에 무반주로 연주되는 불협화음 변주곡이 들어있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어도

올챙이배를 만든 구피가 꼬리를 흔들며 새 생명을 띄어놓고

제 입속으로 밀어 넣는다

자배기 속의 불안한 동거는

비린내 나는 무반주 변주곡

저수지는 구피가 쏟아낸 언어를 읽으며 물을

말리고 있다

무수히 튀어 오르는 지느러미의 지문이 비릿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