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에 부는 바람

김덕진요셉 2012. 4. 3. 12:43

         사월에 부는 바람/김덕진


이천년 전 한 남자가

골고타 언덕에서

십자가에 못 박혀 높이 들어 올려 졌다가

피를 모두 쏟고 내려왔다


그날 태양의 거죽이

갈증 난 논바닥처럼 갈라져 빛이 시들었다


언덕에 뿌려진 그의 피는

영원으로 이어진 계단을 밟을 수 있도록

마련한 계약의 피


해마다 

사월에 부는 바람에 사람의 피 냄새가 묻어있다


그러나 그 냄새를 맡을 수 있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들은 사월의 피 묻은 바람을 몸에 바르고

좁을 길을 웃으며 걸어가는 사람들

나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들이 참 부러울 때가

종종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