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느 귀경길
김덕진요셉
2012. 10. 8. 11:21
어느 귀경길/김덕진
사색의 행렬 속으로 밀려들어갔다
화살처럼 꺾어진 시간을 누르고
평행선 안에 갇혀 아득한 출구의 지표를 찾는 어둠위로
보름달이 궤적을 그렸다
깊게 패인 가을고랑을 다진 밤바람으로
차안에 고인 정체의 지루함을 헹궜다
돌아오는 길에 뿌려진 시간에는 언제나
상수가 따라 붙는다
고향에 갈 때는 풍선을 마음에 매달고 가겠지만
돌아올 때는 무게가 서로 다른
추를 매달고 올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도로위에 널린 긴 목록의 도식은
뿌리에 대한 사상의 거대한 증명의 영역이며
단절될 수 없는 맥의 근거였다
오래전에 끊어진 탯줄을 더듬으며
돌아누운 기억을 끌어 덮는 사람들 사이로
붉은 용암이 줄줄 흘러내렸다
자동차의 트렁크 안에서
고향의 정을 바른 냄새가 마그마처럼 끓다가 용암 되어
흘러내린 것이다
앞서가던 자동차의 브레이크 등은
새벽까지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눈동자로 삼킨 용암의 열기가 심장을 따뜻이 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