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벽 그리고 창문
김덕진요셉
2012. 12. 20. 11:30
벽 그리고 창문/김덕진
벽이 품은 창문은 할 말이 많다
입 다문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줄지어 늘어선 벽과 창문이 흘리는 글자 안에
녹슨 시간의 얼굴이 들어있다
작은 빛의 통로는
희미한 발자국을 뿌리고 멀어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쫓는,
허공에 매달려 해진 길
자유를 허용한 벽속에서 회색 그림자가
자기 꼬리를 문다
구름이 담긴 골몰가의 집들을 지나칠 때마다
창문이 흘려놓은 언어의 너머가 궁금했다
비릿한 숨결을 담은 그 너머에는
누군가의 생각이 뱀처럼 똬리를 틀고
묵은 눈시울로
흔들리는 넋의 뿌리를 닦고 있는지도 모른다
빛과 그림자가 하나인 것처럼
벽과 창도 하나 되어 숨 막히는 배후에서 어제를 재생하며
바람 부는 하루를 앓는다
벽으로 선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마음에 창을 다는 일
흩어졌던 내 그림자의 윤곽이 숨을 고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