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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바닥이 가렵다

김덕진요셉 2013. 2. 7. 14:45

                    발바닥이 가렵다/김덕진


엇물린 밤의 파도가

별들의 이마를 환하게 헹구고 있다

몸속에 저장된 시간을

태엽 풀듯 매일 밤 하루치씩 덜어낼 때쯤이면 터질듯이

부풀어 오른 침묵의 수런거림이

발바닥 혈관에 옹이가 되어 박힌다

잔주름 얽힌 생의 파도가

가슴속 해안선을 따라 돌며 셀 수없이 많은 말을

내 바다위에 뿌렸다

나와 충돌하여 난파된 언어들은 눈 덮인 무인도처럼

차갑게 표류하고

손질할 수 없는 시간의 퇴적물위로 날개 잃은

천사의 뒷모습이 흘러내린다

가난한 꿈의 번식은 윤곽이 희미할지라도

발바닥이 땅과 수평적 체위를 유지하며 거리를

좁혀나갈 때만 가능했다

발바닥이 또 가렵기 시작한다

나에게 허용된 지상의 시간이

한 꺼풀 벗겨지고 있다는 타전이며 누적된 과거가 말을

걸고 있는 소리이다

천공 난 밤하늘을 별들이 메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