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열쇠 꽂힌 서랍
김덕진요셉
2013. 11. 8. 12:37
열쇠 꽂힌 서랍/김덕진
1.
푸석한 등을 흥건히 적시는
호기심의 유혹이
서늘한 빗방울 화석처럼 목마르다
열쇠구멍 너머에 갇힌 비밀, 불안한 망설임이 창백하게
부풀어 오르고 있다
뒤엉킨 비밀의 그림자가 무거운 것은
네모난 어둠의 잘못이 아니다
밀봉된 비밀을 견인하고 싶은 내 시선,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약이다
반들거리는 열쇠에서 뿜은 차가운 모래바람이
눈을 찔렀다
2.
사람들은 누구나
가슴에 열쇠 하나씩 꽂고 산다
가슴에 꽂힌 열쇠를
왼쪽으로 한 바퀴를 돌리는데
지구가 천 번을 회전한다 해도 돌아가지 않는 열쇠도 있다
마음의 공간을 내어 준다는 것은 과거와 미래가 혼합된,
누군가의 색채를 몸속에
희석시키는 일
오늘은 몸을 왼쪽으로 기우렸다
향기로운 흙냄새가 함성처럼 일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