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미용실거울 속에 나는 없었다
김덕진요셉
2014. 10. 30. 10:57
미용실거울 속에 나는 없었다/김덕진
동네이발소 싸인 볼이
한동안 회전하지 않은 적 있다
의지와 상관없이, 휴지기 없이 자라 내 세계의 꼭대기에 붙어 늘어진
불균형 지점을 덜어내야 했다
새로운 경험은 늘 망설임이다
둘째아이의 머리를 깎아줘야 한다는 핑계로
한 번도 와 본적 없는 미용실에 들어섰다
아들친구 엄마인 원장이 반갑게 맞이해 줬으나
내 시선은 응달의 눈처럼 얼었다
아들의 머리손질이 마무리되어 갈수록 고민의 도랑도 깊게 패여 갔다
어렵게 용기 내어 짚어 온 발길에 녹슨 잎새가 돋기 시작했다
마른 목소리가 발각된다는 것은 각진 모서를
수직으로 세우는 것 보다 더 거북스럽게 느껴졌다
그녀의 침묵은 망설임을 버무린 내 조바심을 볶았다
마침내 검게 그을린 혀에서
힘들게 떨어진 내 말의 뿌리를 보고 그녀는 나를 의자에 앉혔다
거울속의 나는 내가 아니었다
머리손질이 끝날 때까지
거울 속에 앉아 있는 사람과 눈도 마주치지 못했다
내 이름의 실체는 그녀의 수술대 위에서 허공만 뒤적였다
어느 순간 흠처 본 거울 속 그녀, 내 정수리위에서 공기놀이를 하고 있었다
그때 이후 미용실 출입문에 내 지문을 남기지 않았다
지금도 미용실 앞을 지나칠 때는 그냥 땅만 보고 걷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