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사육사의 하루
김덕진요셉
2015. 3. 9. 16:46
사육사의 하루/김덕진
새벽 4시의 알람소리로
이정표 없는 하늘에 단단히 박혔던 잠의 뿌리가
뽑히기 시작했다
머리맡에 쌓인, 끊어진 꿈의 잔뿌리에
수수께끼 같은 혼의 무게가 매달렸다
푸석했던 그의 새벽날개 밑에서 굳은살이 점차 부풀어 오르자
설익은 달을 데리고 오늘도 사육장으로 갔다
그의 등뼈를 두드리는 달빛의 농도는 바닥에
따스한 그림자를 진흙처럼 눕혔다
실험용 동물사육실안은 영혼의 고치를 후비는
*기니피그의 끊임없는 입질로
너덜너덜하게 해진 허공 속을
사육사들이 흘린 독백 같은 몸짓의 부스러기들이 떠다녔다
눈만 내 놓고 고치가 되어버린 사육사들에게는
모국어도 이국어도 없었다
잔설 섞인 눈빛의 교환으로 신발 끌리는 소리가
분주하게 교차할수록 사육실의 색채가 완성되어갔다
마스크로 입을 가린 사육사들의 입속에
반근짜리 태양이 떴다
입속에서 폭발하는 홍염은 모래바람을 온 몸 구석구석으로 퍼 올렸다
사육사들이 고치 밖으로 나왔을 때 그들은 오아시스를 만났다
그는 매일 스스로를 사육하고 있었다.
*기니피그 : 쥣과에 속하는 실험용 동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