탬버린, 은하에 젖다

김덕진요셉 2015. 4. 30. 16:25

탬버린, 은하에 젖다/김덕진

 

상점마다 내 걸은 간판이

형형색색의 빛을 길거리로 무차별 토악질 하는 밤

빗줄기에 눌린 불빛도 눅눅하다

지하에서 새어나온 목소리들이 켜켜이 쌓인

계단을 밟고 내려가자

복도 양편으로 혀 꼬인 사람들이 세든 단칸방이 줄지어 늘어섰다

볼트와 너트가 만나 그림자를 부풀리는 방

마이크가 수직으로 서서 이동하는 방

블랙홀 속에 빠졌다가 가까스로 빠져 나왔을 때

외계인이 정수리에 영수증을 꽂는 방

거품 먹은 시간이 증식하여 꿈과 현실의 경계에 박힌 말뚝을 뽑는 방이다

리모컨의 적외선 파장대역 신호는 극지의 오로라와 충돌한 후

물갈퀴달린 무한궤도로 진입한다

비틀거리는 기호를 게걸스럽게 먹으며

손바닥을 울리는 사람들,

그들은 서로의 해안선을 단풍든 눈으로 더듬는다

시루떡처럼 쌓여가는 목소리

방문이 열릴 때마다 복도는 색깔이 다른 목소리로 흥건히 젖는다

구겨진 하늘은 여전히 구정물을 뿌렸다

 

볼트와 너트사이에 낀 탬버린이 은하에 젖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