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겨울 저수지
김덕진요셉
2015. 12. 19. 16:02
겨울 저수지/김덕진
하얀 산이 물구나무선 거울 속에서
국적 없는 점자들의 물갈퀴가 폭설처럼 부푼다
스스로 저수지와 하나 되었던 사람을 위해
수망(水亡)굿의 무대를 깔았던 언저리
박수무당이 흘린 요령소리가 외가닥처럼 뒤척이다 돌아눕는다
서서히 잊혀져가는 얼굴이 아직도 물기를 머금은 곳
진화되지 못한 그의 시간에 이끼가 끼었다
물의 고리마다 신트림처럼 새겨진 운명적 소조(所造),
무수히 많은 철새들의 발길질을 담은 여인의 자궁은
밤마다 가슴에 떨어진 천문도를 어루만지며
돌을 하나씩 쌓았다
지난날 한때 끊어진 하늘의 동맥에서 절벽 같은 절망이
폭우가 되어 쏟아졌다
물속의 탑을 맴돌던 태양의 씨앗이 발아한다
환하게 깔린 구도의 거울 속 가창오리 떼 지금 좌선(坐禪) 중이다
만삭의 겨울 저수지는 선방(禪房)이었다
내일 아침을 이마까지 끌어 덮어야 할 노숙자의 담요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