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요셉 2018. 1. 11. 11:49

/김덕진

 

명치끝에 매달렸던 트림 한 종지

수목 언저리에 뿌렸다

 

낮과 밤의 상형문자를 매일 갉아먹는 산봉우리기슭에

부활을 꿈꾼 그림자들이 모여 산다

생의 경계를 넘은 침묵의 그림자, 그들의 박제화가 지금도 진행 중이다

숲은 한 닢의 낙엽을 위하여 울음 섞인 바람을 휘감아

스스로 편태한다

오래된 비망록을 펼친 숲의 궁전에서 의식의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산속에 들어오면 나무가 주인이다

사람뿐만 아니라 봉분 속에서 부활을 꿈꾸고 있는 그림자는

영혼을 마주한 안개 같은 객체이며

나무는 상형문자를 일으키고 눕히는 산의 헤게모니이다

검은 봉지에 담긴 울음을 삼키고

회오리바람을 뱉던 무당의 칼춤도 자궁처럼 품었다

수 억 만개의 물의 미립자가 등뼈를 쓰다듬다가 떠나도 말없이 보내주는

낙타의 봉우리, 산은 오아시스다

내가 진 빚을 받아야 할 채권자다 우리 부모님 산에 이름을 심으셨다 

 

그러나 내가 돌아갈 자궁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