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검은 말의 연금술사
김덕진요셉
2018. 6. 7. 11:37
검은 말의 연금술사/김덕진
1.
심해의 무희들이 군을 형성하여
수면위로 떠올랐다
육지로 올라온 그들의 시선 끝에 물렁한 화살촉이 달렸다
온기 없는 음악이 시간의 틈새에서 흐른다
안개처럼 수목언저리를 배회하며
수치심의 침목을 삼킨 무희들, 차도에 화살촉을 꽂고 바람의 언덕을 흔든다
연금술사의 허기를 채워 줘야하는 유상지원군들의 다듬어지지 않은 율동,
육감적 허리에서 흘러 발등을 적신다
율동의 진원지는 하루일당의 무게였다
2.
그때에도 거리의 여자낚시꾼들은 있었다
황달 걸린 한낮
교차로 건널목입구에서 햇살과 어깨동무하고
기계처럼 절을 찍어내는 이들이 있다
길 위에 유혹의 색채를 뿌리며 통행자의 관심을 낚으려하지만
미끼를 무는 이는 없는 듯하다
주어진 시간을 모두 삼켜야 허리를 펴고 무거웠던 어깨띠를 저녁의 하류로
흘려보낼 수 있다
건널목을 지나가는 강아지도 절을 받는다
3,
유세차량의 확성기에 허기진 그물이 달려있다 거리의 행인에게 무차별 투망질한다 겸손을 위장한 확성기의 욕망, 골목을 찌르고 길 위에 곤두박질치며 거품 문다 거리는 달콤한 독이 코팅된, 솜사탕 같은 공약에 마취되어 비틀거린다 해독제 없는 검은 말의 독성이 집요하게 포옹한다 그와 나 사이에 금간 유리창이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