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벼락

김덕진요셉 2018. 7. 25. 16:45

담벼락/김덕진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곳,

하늘과 바다가 포옹하는 곳에 숨 막히는 설렘이 있다

최후의 입맞춤 같은 비경을 잉태시키기 위해

처음과 끝을 쥔 신의 손에서 엿새 동안 쉬지 않고 지문이 흘러나왔다

손으로 만질 수 없는 수평선이

왜 가로 누운 선으로 그어졌는지

하늘과 땅이 맞닿는 소리에

왜 신의 목소리가 섞여있는지 수직으로선 벽은 알고 있다

수많은 그림자를 벽속에 품고 있다가

그림자가 서로 뒤엉켜 혼돈의 늪에서 비등점의 물이 될 때

파도에 등을 두들겨 맞아 푸르게 멍든 담벼락 시간은

비로소 자유롭다

결코 건널 수 없는 신의 영역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이 세운

담벼락 제국, 낯선 거울 도시에 지도를 그려 넣는다

갈비뼈사이를 파고드는 불편한 언어들이 담벼락 밑에서 서성이고 있다

담벼락은 피조물들이 탐욕으로 빚은 실패작,

그곳은 하늘에서 보낼 엽서를 수신할 주소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