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덕진요셉 2019. 1. 2. 19:14

/김덕진

 

아픔을 삼킨 몸은 언제나 직선만을 고집했다 마음 놓고 울음 한줄기 걸어 놓을 수 없는 벽에서 연골이 모두 닳은 무릎관절의 통증 섞인 위로가 왈칵 쏟아진다 그녀의 뼈에서 빠져나간 시간의 회오리, 가슴속 빈집 문풍지를 바람의 울음처럼 서럽게 울린다 세월의 무늬가 번진 머리위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비문 속 계보가 흘러내릴 듯 하얗게 얹혔다 바람의 벽속에 갇힌 침묵의 자결로 오래전부터 귓속에서 서러움의 지문이 자랐다 몸에서 떨어진 가랑잎들이 숱하게 박은 작은 못을 시든 육질의 가슴으로 고통을 스스로 치유하며 몸 밖으로 뱉어냈다

 

고통은 축복의 통로, 아픔으로 빚은 그녀의 문장에는 위선이 없다

하늘과 땅이 하나 되는 거룩한 입맞춤이 있는 곳 지평선에

그녀의 아득한 설렘이 있었다

생의 설계도가 첨부되지 않은,

휘어진 길을 두루마리처럼 말며 걸어온 길에 서서

기역자로 굽은 몸으로 땅과 눈을 맞춘다

그녀의 굽은 등에서 아지랑이의 잔뿌리가 무성히 자라고 가슴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