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화 끈을 매는 시간

김덕진요셉 2019. 10. 18. 05:33

운동화 끈을 매는 시간/김덕진

 

새들이 늘 꿈 냄새를 발라놓는 곳으로 들어갔다

숲은 새들의 자유를 위하여 있었다

산길을 걷는 도중 오른쪽 운동화 끈이 풀어졌다

숲의 주인인 나무에서

바람의 그림자가 떨어지는 리듬이 장작불처럼 타오르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마음을 동그랗게 구부리고 운동화 끈을 맸다

하늘언저리를 만질 수 있는 날이 올 때까지

세상의 빈 공간을 채워야 할 내 남은 생의 마모된 끈도

나를 지탱해줄 환한 고통과 함께 동여맸다

빛이 닿지 않는 생의 교차로를 지날 때면 나는 사나흘 붉은 몸살을 앓아야 했다

그때마다 마음의 모서리가 자라기전에 눈부신 언어의 향기가 묻은 햇살로

모서리를 매끄럽게 갈았다

 

누구도 복습할 수 없는 미래는 보이지 않기에 아름답다

등을 대고 걸었던 시간이 더욱 멀어지기 전에 나는 영원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서서히 부식되는 저녁노을 다독이며 가슴에 품은 나이테의 무게를 잰다

나의 영혼은 더 무거워져야 한다

왼쪽 운동화 끈도 고쳐 맸다

아직도 건너야 할 과제가 내게 많이 남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