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붕위의 코디네이터

김덕진요셉 2019. 11. 22. 09:42

지붕위의 코디네이터/김덕진

 

1

해마다 4월에 부는 바람에서 피 냄새가 났다

사람의 피를 뿌렸던 골고다 붉은 언덕, 진리의 섬 되어

지붕꼭대기에 떠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몸속을 들락거리는 유혹의 색채들이

불꽃의 몸부림처럼 이글거리면

세상에서 가장 작은 강물을 담고 있는 수많은 눈들이 부표처럼 떠 있는

섬을 향하여 고개를 들고 우물을 찾는다

하늘과 땅의 틈새를 잇는 섬의 교량, 세상의 모든 길을 열어주고

가슴속에 등불을 붙인다

꺼지지 않는 사랑의 발화점이다

 

2

잔설 같은 그리움의 갈증 한줌

가난한 이주노동자의 눈시울에서 떨어져 양파처럼 썰린다

이들은 지붕 위 위성안테나에서 뿌려주는 지도의 뒤쪽 색깔을

허기진 목마름으로 매일 삼킨다

허공에 뜬 지평선을 끌어안고

찢어진 구멍으로 들여다보는 그들의 내일에 태반이 들어있다

안테나에서 끌어당긴

변조(變調)된 음의 윤곽이 노을에 기대어 아를르의 여인 곡조를 흘린다

지붕 위 무대에서 까치들이 발레한다

서투른 도마소리 구수하게 번지는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