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스피스병동에서

김덕진요셉 2020. 1. 29. 08:16

호스피스병동에서/김덕진

 

기다림과 망설임의 교차점을 통과한

마지막 정거장의 플랫폼, 여기서는 아무도 침묵을 밟지 않는다

스스로 몸을 뒤집을 수 없는 마른 가랑잎처럼

남은 시간의 궤적도 건조하다

침상에 가라앉은 사람들의 가느다란 시선과 맞닿는 것이 너무 송구스러워

나의 눈은 차가운 바닥만 훑었다

밤의 뒷면을 볼 줄 알아야 밤을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기까지

셀 수없이 많은 주름의 표정을 읽었다

이따금씩 바삭 마른 입술에서 벽의 흐느낌처럼 흘러나오는 하얀 목소리가

한 줄 문장으로 가슴을 흔들어 깨웠다

정거장의 플랫폼에서 본향으로 출발하는 열차를 타기 전에

떠나는 자와 남는 자가 서로에게 온기품은 말로 고백하고 용서하는 이곳은

세상에서 가장 평화로운 샹그릴라다

눈물 섞인 진통제를 서로에게 떠먹여 주는 아름다운 샹그릴라다

 

처음으로 바람의 그림자 등을 긁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