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수

김덕진요셉 2020. 4. 29. 14:43

가로수/김덕진

 

아지랑이를 담은 한낮이 비눗방울처럼 부풀어 오른다

바늘 끝을 대면 터질 것 같다

전지된 플러터너스의 단단한 표정을 읽고 바람의 벼랑을 기어오르며

나를 향해 열려있던 나무의 속울음을 들었다

별의 측면을 스치고 우주의 어둠속으로 기울어진 울림이었다

순서 없이 찾아오는 매연의 메스꺼움을

납작하게 누르기 위해 몸을 줄여야 했다

찬 서리 묻은 바람이 불면

하늘을 쓰다듬던 책장을 몸에서 떼어 얼마나 많이 바람에 업혀 보냈는지 모른다

누군가에는 시가 되고 노래가 되고 그림이 되었을 가로수의 털갈이는

다음생의 여운이 감기는 알몸의 축가였다

밤낮으로 제 그림자가 누군가에게 밟혀야

해와 달이 달그락거리며 교대하는 소리를

편하게 서서들을 수 있었다

 

가로수를 꼭 끌어안은 빛, 흑백추상화 같은 몬드리안을 길가에 흘린다

내 몸에 얹힌 몬드리안 뜨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