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녀의 손은
김덕진요셉
2020. 8. 24. 16:56
그녀의 손은/김덕진
그녀의 손바닥에 보이지 않는 귀가 있다
그녀가 달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거기서 거울속의 거울을 밀어내고 바람과 비의 소리를 모은다
그녀의 손은 날마다 내 가슴속에 숨겨놓은 종을 울리고
내면의 벽에 부딪혀 반향 하는 종소리를 빗질한다
그녀의 손바닥이 듣는 소리, 사막의 밤하늘 보다 깊고 고요하다
내 눈에 담긴 그녀의 소리에 글자를 입히는 일은
언제나 그랬듯이 침묵의 회오리를 삼켜야 가능하다
그녀는 나의 등 뒤에서
토막 난 시간에 박힌 잔가시를 골라주고
하늘을 닮은 사랑을 가르친다
눈보다 하얀 울음을 가르친다
내생의 골목이 그려진 손바닥, 나를 읽는 그녀의 손바닥은
태초의 내 심장 뛰는 소리를 기억하는 나의 소박한 휴식처였다
내 손바닥은 아직 가운데가 뜨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