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징소리
김덕진요셉
2020. 11. 16. 16:40
징소리/김덕진
누가 조각해 놓았을까
둥근 세상을 담아 허공을 흔들며 뿌리는 소리를,
외진 가슴을 두드리며
영혼 깊숙한 곳을 울리는 세상너머의 가락을
누가 풀어놓았을까
하늘과 땅의 틈새를 잇는 소리의 교량 난간에서 한 여인이
젖은 눈시울로 그녀의 신을 부른다
알아들을 수 없는 영역의 언어,
떨리는 목소리에 청산하지 못하고 떠난
이승의 한숨이 덩어리져있다
오래전에 이름을 눕혔던 뼈들이
토하듯 마구 쏟아내는 말이 여인의 입에서 폭약처럼 터진다
긴 세월 감춰졌던 가난한 말의 껍질이 벗겨지는 순간이다
프레스토 악상기호로 울리는 징소리에
접혀있던 페이지가 펼쳐지는 순간이다
내 손바닥이 징처럼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