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살이

김덕진요셉 2020. 11. 25. 16:19

하루살이/김덕진

 

수직의 밤을 사랑한 너는 내 마음을 딛고

허락된 밤을 거룩히 보낸다

날개달린 춤, 앞발로 빛의 껍질을 파헤치는 밤,

네 생의 의무가 너무 단순하여

마지막 목숨을 셈하기에는 복잡하지 않으나

짙은 그늘의 농도를 굽는 촛불처럼

너의 날갯짓은 성스럽다

주석이 필요 없는 밤을 후회 없이 건너다가

바닥에 누워 서로 몸을 포개고 아침이 오기 전에 무덤을 만든다

너의 조상들에게 아침이 단 한 번도 오지 않았음을 알기에

태양을 본 적이 없다는 확고한 단언은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는 불문율이었다

 

이제 나는 알 것 같다

너는 빛을 헤집고 생의 마지막 불꽃을 흔들며

하루를 사는 것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인내하며

오늘 하루를 준비해왔다는 것을,

 

그래서 나에게도 오늘은 특별한 날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