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우회도로를 보며

김덕진요셉 2020. 12. 21. 16:17

서부우회도로를 바라보며/김덕진

 

내 그림자가 물구나무서는 6층 내 무중력 방,

질주하는 차량의 소음이 번식하는 방

허공에 매달린 창문 밖의 풍경 한가운데를 급류처럼 흐르는 차량들이

출발지에서 견인해온 소음을 쏟아 붓고 사라진다

지도의 어느 지점에서 출발하여 네 바퀴에 도로를 칭칭 감고

창문 밖의 풍경 속으로 들어오게 되었는지 알 수 없으나

운전자의 종착지엔

그들이 만나야할 누군가의 가슴이 있다

언제부턴가

유리창에 입김을 불고 밖을 내다보는 습관이 생겼다

어딘가 조금 망가진 내가

지상의 유배를 즐기며 천천히 사라지는 안개를 사랑한 것이다

윤곽이 흐트러진 그림자에 혈색이 도는 순간을 기다린 것이다

입김의 풍경은 유리창 속에만 있다

나는 꽃을 피운 적 없는 무화과나무처럼 서서 내장된 육질의 꽃을 생각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풍경화의 한 부분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