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옥상에 오르는 이유

김덕진요셉 2021. 1. 1. 11:32

내가 옥상에 오르는 이유/김덕진

 

옥상과 지상을 잇는 계단통로는

나의 혼을 단단하게 굽는 가마의 굴뚝같다

곧은 허리로 지상의 첫 계단을 밟지만

옥상가까이 이르면 머리를 깊이 숙이고 마지막 계단을 오른다

높이 올라갈수록 낮아지는 머리,

등을 내어준 계단에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거룩한 곳으로 오르는 순례길 같은 겸손한 흙냄새를 바른다

나를 지워야 나를 볼 수 있는 길을

외면한지 참 오래되었다

 

옥상의 난간 밖 풍경에는 늘 해석이 필요하다

 

점점 기울어지는 아침을 보기가 두려웠던 이들은 신에게도 들키고 싶지 않은 마음을 숨기고 난간 밖의 날개옷을 사랑했다 몸을 벗어나고 싶은 자유의 음률로 어두운 시간을 한순간에 덮은 이들이 새로운 출구를 찾았다 사람들은 그 앞에서 아무것도 묻지 않기로 한다

 

나를 읽기위해 지상에서 다 보지 못한 풍경을 옥상에서 마저 본다

오늘도 계단의 침묵을 업고 옥상으로 오르는 길,

나의 노선에 붉은 신호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