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주의보

한파주의보/김덕진

 

내 등을 껴안은 것은 깨질 것 같이 차가운 쇳소리

허공을 가르는 전투기가

엔진소리를 저인망그물처럼 끌고 간다

창문 밖 거리의 행인들은

오래된 흑백 무성영화 속 등장인물들의 잰걸음걸이를 재연하듯

어깨를 둥글게 말고 총총히 사라진다

 

빙하의 등을 밟고 온

얼음 박힌 바람의 밭은기침으로 유리창이 흔들린다

수도꼭지의 입술은 새벽이 오기도 전에

늘 하던 말을 얼음 속에 가뒀다

언제 풀려날지 모를 물의 수다, 심장에 살얼음 끼는 소리 들린다

봄은 아직 멀리 있는데 수입의 동맥경화로

자금의 혈관이 막혀간다

내 이마에서 차가운 별이 뜨고 내 주위는 모두 다 얼음 빛깔이다

온힘을 다해 제 꼬리를 자르는 해

내 몸속은 하루 종일 개기일식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