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꿈속의 꿈
김덕진요셉
2021. 5. 13. 17:18
꿈속의 꿈/김덕진
영혼의 기슭을 적시듯 찾아온 안개가
끊임없이 제 모습을 지운다
절망의 끝이 얼마나 평화로운 것인지 안개는 알고 있는지도 모른다
눈을 잠깐 떴다가 다시 잠든 새벽녘 이번에도 죽은 나무에
물을 주는 꿈을 꾸었다
안개 낀 밤의 화폭 안으로 걸어들어 온 사람은 없는데
화폭에 수천 개의 눈과 귀가 가득했다
죽은 나무에 물이 닿는 소리는
새들이 흘러가는 구름위에 발자국을 찍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천사의 날개옷이 흘러내리는 소리 같은 몽환적 선율로
꿈의 모서리가 젖었다
몸 밖으로 새어나간 적 없는 유계의 음률이 화폭속의 눈과 귀에 닿는다
범속을 벗어나려고 하얗게 긴장한 안개가
번민하는 뼈와 살의 틈새를 읽는다
꽃이 당도해야할 곳이 열매이듯 하나의 목숨이 생의 열매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많은 방황의 무늬를 입어야 하는지 모른다
죽은 나무가 물 먹는 소리, 쇼팽의 즉흥환상곡이다
바흐의 평균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