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십견

김덕진요셉 2021. 6. 2. 16:10

오십견/김덕진

 

어깨에 묻은 노을의 각질이 떨어졌다. 어둠이 견인해온 가로등 불빛이 밤을 고으기 시작한다. 단단하게 굳어가는 자정이 오기 전에 매일 밤, 어깨뼈의 회전근으로 날아드는 나비의 입술에서 잠들어야 한다. 어깨통증의 연속무늬로 허공에 난 길이 지워졌다. 나비들이 매달린 왼쪽 팔은 어깨위로 올라가는 길을 잃어버려 밑에서만 지루한 궤적을 그렸다. 석고처럼 굳어가는 왼쪽 팔의 회전반경, 내가 낯 설은 내 몸의 절반이 단추를 채우지 못했다. 구멍이 숭숭 난 뼈 속을 차가운 편서풍이 들락거리는 동안 언젠가 써야할 자서전의 서문을 어떤 색깔로 입힐까 고민했다. 어깨뼈에 앉은 나비의 꿈을 재구성시키기 위해 밤마다 내 몸속을 건너는, 젖은 바람을 태워버릴 수천 개의 촛불을 생각했다.

 

아침을 부르기 위해 푸른 뱀들이 눈물을 말리는 밤, 누구에게도 전이되지 않은 내 밤의 통증을 증식되고 있다. 내 잠을 물고 날아가 버린 나비의 입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