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늘이 있는 목소리

김덕진요셉 2021. 7. 19. 11:35

그늘이 있는 목소리/김덕진

 

욕창이 생긴 구름이 자세를 자꾸 바꾼다

 

내가 눈물이라고 불렀던 것은

덧난 상처를 꿰매는 밤하늘의 별이었다

내가 안개라고 불렀던 것은

돌아갈 때가되면 흔적을 지우는 신의 부드러운 손바닥이었다

내가 화장장이라고 불렀던 것은

다시 자궁 안으로 돌아가기 위해 플랫폼에서

열차를 기다리는 정거장이었다

내가 나를 본 것은

제자리에서 빙글빙글 돌며 정신없이 끊어먹은 내 꼬리의 그림자였다

 

내가 신의 웃음을 떼어 낼 때마다

신의 눈에서 젖은 꽃잎이 떨어졌다

신의 손에서 빼앗은 세상은 내 낮과 밤의 배경이 되길 거부했다

괄호 속의 세상에 너무나 많은 오답을 기입했다

 

내가 삼킨 회오리가 컴컴한 내장을 휘감고 역류했다

싫어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내 입에서 튀어나올 때 나는 나를 읽었다

비로소 진짜 나를 보고야 말았다

 

내 등에 붙은 수하물표에 수거일자가 누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