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등뼈로 말하다
김덕진요셉
2021. 8. 16. 12:37
등뼈로 말하다/김덕진
나의 아침은 매번 오는 길이 다르다
붉은 낙관을 찍으며 새벽을 부순 태양이
목련나뭇가지에 걸려
또 하나의 아플리케를 완성한다
밤을 새워 바다에 담근 몸을 말리고 있는 태양의 깊은 문장을
나는 읽을 수가 없다
누군가에게 배달해주고 싶은 추신 같은 문장,
분명 내 안을 다녀갔으나
하늘과 바다가 몸을 포개는 수평선의 아득한 설렘처럼
너무 먼 권역 밖에서 피어오른다
내가 태양의 피 속에 사는 것인지
태양 내 안에서 내 피를 돌리는 것인지
아파보기 전까지는 생각해 본적 없다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뼈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미완의 시간, 둥글게 말린 공명이 손목을 감아 오른다
내가 마지막까지 찾아야 할 것은
햇살 뒤에 숨은 태양의 뼈다
내 생의 그늘을 개어 환약처럼 털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