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향살이

김덕진요셉 2021. 8. 19. 12:39

타향살이/김덕진

 

말을 배우기 이전의 내 혀는 추웠다

지금도 차가운 이슬이 마르기전까지는

어떤 문장도 쉽게 오지 않는다

 

호주머니 속을 날고 있는 새떼의 울음에서

침묵이 묻은 열매의 눈을 찾곤 하였다

이따금 입속에서 씹히는 울음의 씨를 혀로 발라내곤 하였다

내가 외면할 수 없는 방향에서

배관을 타고 흘러내린 오수의 흐느낌이

토막 난 채 떨어진다

색깔 있는 울음이 쌓여 검어진 몸에

누적된 시간의 연대기가 퇴적층처럼 누웠다

꿈에서 본 적 있는

절개지의 속살 같은 문맥이 씨앗을 품고 서서히 싹을 틔운다

새떼에서 흘러내린 울음의 행방은

아무런 기척도 없이 타향살이하는 내 호주머니 속 문장이다

몸이 자꾸 어깨뼈가 시린 쪽으로 기운다

 

나는 불 꺼진 골목의 가로등,

잔설 덮인 내 몸의 절반은 잎이 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