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것을 보면

김덕진요셉 2022. 5. 27. 10:28

둥근 것을 보면/김덕진

 

어느 날 신의 손도 외로움을 탄다는 것을 알았다

아득한 천체의 수많은 곡선들,

신의 손가락 지문을 닮았다

내 몸 어딘가에 묻은 신의 지문이 환한 현기증으로 피어오를 때는

타락한 위기의 천사처럼 내 몸에 어둠이 뿌리를 내리고 있을 때다

별들의 여전한 자리다툼으로 별자리가 뒤바뀌고

내 밤의 머리말에는 모두 진한 밑줄이 그어졌다

환지통을 앓는 사람의 상처 같은,

아픔의 모서리가 마주하는 곳은 늘 각이나 있었다

지도의 모서리가 해진 길 끝에 이르러

각이진 이름의 배후를 캤던 것은

매일 조금씩 낮아진 나의 밤을 들어 올려야 했기 때문이다

그것으로 내가 밟아 더럽혀진 신의 그림자를 어느 정도 닦았다고 생각했다

 

어둠에도 빛이 드나드는 문이 있었다

내 마음의 어둠을 통과한 빛이 산란하기 시작하였을 때 외로움을 타는 신은

손바닥으로 지구를 돌리며 놀았다

지독한 외로움으로 몰래 떨군 신의 눈물이 둥글었다

내가 품고 있는 나이테도 무조건 둥글어야할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