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장마차의 밤

김덕진요셉 2010. 11. 27. 21:05

           포장마차의 밤

 

                                   김덕진

 

 

젖은 바람 한 무더기가

비닐포장 틈새로 끼어들어

속살을 드러낸 채 어둠을 녹이고 있는

백열전등에 기댄다

까맣게 오그라든 밤의 한 모퉁이에서

허기진 속이 마취된 그림자들이

돛을 내리고 오래전에 잃어버린

날개를 찾듯 호젓한 포구를 더듬는다

이따금씩 들어오는 그림자들이

머리에 묻은 빗방울을 터뜨리며

수많은 이야기가 달라붙은

낡은 탁자의 주변에서 바다를 주문한다

술을 탄 어둠의 무게가

그림자들의 눈에 붉은 노을을 뿌리고

젖은 시간을 하루의 끄트머리로

천천히 밀어낸다

밤의 마차 안에 떨어지는 서로 다른

삶의 굴곡진 이야기마다 꼬치에 꽂혀

따끈한 국물 속에서 익어간다

은박지로 싼 구겨진 시간이

하루의 꼭대기에 매달려 버둥거리고

붉은 노을을 담은 그림자들의 눈동자는

굴을 찾아 하나 둘 어둠을 뚫는다

해진 돛을 꿰맬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