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 사포질하다

김덕진요셉 2022. 6. 22. 03:49

마음에 사포질하다/김덕진

 

푸른 빙하의 가슴 한쪽 갈라지는 소리,

방문을 열고 닫을 때마다

문과 문틀이 서로 등을 맞대고 차가운 비명을 흘렸다

꿈을 베고 자던 맑은 영혼,

꿈에 금이 가는 소리에 놀란 아기의 얼굴에서

환하게 켜있던 꽃등이 꺼졌다

아기의 눈시울을 적신 울음은 신의 손등을 적셨던 태초의 눈물과 같은 것,

사람보다 먼저 있었다

아기의 젖은 뺨의 벼랑에서 신의 따뜻한 손바닥을 보았다

신은 맨 처음부터 아기의 몸속을 들락거렸다

 

소리의 경전을 지우기 위해 문을 떼고

비명이 새던 곳에 새겨진 문신을 살점이 깎여 나가도록

사포로 문질렀다

연대기를 알 수 없는 시간의 궤적이 남긴 흔적,

어느 사구에서 돌 부스러기로 머물다가

내 손안으로 들어왔는지

애잔히 출렁이는 물소리를 들으며 사포에 붙어있던 시간의 기슭을 갈았다

각진 마음의 모서리가 갈려 쌓인 사구,

물길이 꺾여있던 내 등뼈에서 흰 거품을 내뿜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