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의 발자국

김덕진요셉 2023. 5. 5. 16:27

안개의 발자국/김덕진

 

이른 새벽시간의 기슭이 눅눅하다

밤의 틈새를 메운 안개의 고요한 침묵에 바람이 최면 걸린 듯

아무런 저항이 없다

피곤이 누적된 허공을 딛고 서있는 뿌연 가로등,

가로등과 나 사이를 채운 안개의 속살에서

어머니의 가슴을 읽는다

어머니의 태반 속 같은 아늑한 평화, 처음부터 안과 밖의 경계선이 없는

어머니를 닮아서 좋다

내 영혼을 관통한 어머니는 평생 내 뼈와 살의 틈새를

당신의 젖은 숨결로 메워주셨다

나와 세상과의 틈새를 이어놓은 어머니의 눈물 같은 입자들이

몽환적인 미로를 깔아 놓는다

세상과 하나 되려는 안개의 아득한 목마름은

지상의 시간을 기억하지 않는다

영원의 시간 밖 지상의 뜨락에서 새벽의 판타지로 머물다 가기에 아름답다

내가 읽은 어머니의 가슴윤곽은 아직 흐트러지지 않았다

안개의 낮은 자리,

발자국이 얹힌 앞 머리카락이 축축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