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하늘의 난수표

김덕진요셉 2011. 3. 19. 17:54

                                  밤하늘의 난수표

 

 

                                                       김덕진

 

 

붉은 저녁 언저리가 부스러져 어둠으로 기운다

하늘에 놓인 징검다리를 건너 둥지를 찾아

날아가는 새들의 날개 짓이 겨울이

흘리고 간 밭고랑을 스케치하는 봄바람처럼 친숙하다

 

 

지구를 밟고 서있는 머리위로

거대한 난수표가 깔리고

알 수 없는 번호마다 노란 유황불이 붙었다

그 옛날 누군가 페르세우스와 안드로메다를

밤하늘에 조각하기 위해

난수표에 붙은 불을 두 눈에 가득 담고 무수한 상상을

죽였다가 살리기를 반복하였을 그 밤이

포도 알처럼 여문 옛 전설을 매달고 빛을 흘린다

전설이 하나씩 조각될 때마다

밤은 풍요로웠고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시선이 밟은

밤하늘은 다른 색깔로 채색되었다

 

 

그러나 풀지 못한 수수께끼

무한 공간에서 함께 숨 쉬는 난수표의 해독이 숙제로

남기에 오늘도 어디선가 새로운 전설이 열리고

신은 웃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