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나비의 식탁
김덕진요셉
2023. 7. 12. 10:50
나비의 식탁/김덕진
꽃 농원에 다녀온 아내의 손에 국화꽃이 활짝 피었다
노란 목젖이 보이도록 환하게 웃고 있었다
밤새 어둠을 굴려 응축된 이슬방울이 젖은 머리로 떠오르는 아침 해를
한 입 깨물었다
아내가 소담스럽게 차린 나비를 위한 식탁에
가을밤을 담은 이슬방울이 맺혔다
태양이 아침나절을 뜸 들이는 동안
이슬방울들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던 태양을 도로 뱉고
제 흔적을 지웠다
가을이 진하게 우러난 향기에 취해 비틀거리는 나비들이
아내가 현관포치에 세팅한 식탁에 앉아 코피를 쏟았다
아내의 손바닥을 건너간 나비는
가을 냄새가 딱딱하게 굳기 전에 젖은 날개를 말리고 수 천 번의 날갯짓으로
허공에 길을 낸 것이다
국화꽃이 하혈하는 묵음을 찾아 그토록 먼 곳에서 무언극속의 빈자처럼
고요하게 찾아온 것이다
나비의 입술이 닿았던 곳마다 아내의 지문이 묻어있었다.
나비의 성소(聖所)는 바로 그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