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어머니 나라의 셈법
김덕진요셉
2023. 8. 26. 20:07
어머니 나라의 셈법/김덕진
어머니의 가슴에 부는 바람은 언제나
창세기의 바람이었다
왜 그런 바람이 부는지 나는 한 번도 질문을 하지 않았다
어머니는 풍화된 벽이 되어 평생 서계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답은 충분했다
내 유년의 눈 덮인 겨울은 빙하의 등을 건너는 것처럼 무척 춥고 길었다
어느 해 몹시 추운 겨울아침
대문 밖에서 추위에 떨고 있는 한 걸인을 본 어머니는
쇠죽솥이 걸린 행랑채의 따뜻한 아궁이 앞에 걸인을 앉히고
아침상을 차려주었다
그때 어린 내 눈으로 들어온 어머니의 나라는 너무나 크게 보였다
어머니의 가슴은 늘 붉게 짓물렀다
본인을 위해서는 가혹하리만큼 가난한 삶을 즐겼으나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는
당신의 앞가슴 털을 아낌없이 뽑아주었다
어머니의 나라에서는 태양이 지지 않았다
어둠을 쓰러트릴 등잔불의 기름을 나누는 것처럼 어머니나라의 셈법에는
오로지 빼기만 있었다
어머니가 지상에 계시는 동안 부등호는 늘 어머니 쪽이 닫혀있었지만
어머니의 뺄셈이 누적된 하늘에서는 분명히 어머니 쪽으로 열렸을 것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어머니의 그림자를 닮아 가면서
내가 어딘가 조금은 아파야 편한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어머니의 셈법에 오류는 없었다.